황소걸음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세기 서유럽 14개국 좌파정당의 흥망성쇠를 집대성한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의 명저 '사회주의 100년'이 번역 출간됐다.

1996년 출간된 '사회주의 100년'은 제2인터내셔널이 탄생한 1889년 서유럽에서 사회주의 정당들이 등장해 자본주의 체제와 함께 민주주의와 복지를 완성하고자 노력한 역사를 방대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정리한 책이다. 

책은 7부로 구성됐다. 제2인터내셔널 결성부터 1945년 2차대전 종전까지를 다룬 1부는 독일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의 등장, 2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며 개별 민족국가의 한계 아래 있어야 했던 이들 정당의 운명을 설명한다.

2~5부는 2차대전 후 자본주의가 꽃핀 1945~1975년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과 변화의 역사를 정리했다. 이어 1975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를 다룬 6~7부는 자본주의 호황의 종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 1990년대 초 공산주의 몰락에 따른 좌파정당의 명암을 살펴본다.

정당이 사회·경제적 구조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때로는 그 구조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태생적 조건을 지녔다는 점에서 유럽 현대사에 관한 저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많은 유권자가 경제적 불평등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서유럽 좌파정당들이 여전히 수세에 몰린 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을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보에 대한 믿음, 지금보다 좀 더 바람직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인류의 고난을 덜어줄 수도, 어쩌면 없앨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강조하며 이같은 신념에 헌신하는 정치적 운동의 가치를 존중한다. 

첫 출간 당시 에릭 홉스봄을 비롯한 여러 학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스웨덴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로도 번역됐다.

출판사 황소걸음은 "이 책은 서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지난 100년간 자본주의를 문명화한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럽 사회주의 정당들이 발전하면서 필요에 따라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밖에 없었고, 빌리 브란트가 '최종 목적의 신학'이라고 부른 자본주의 폐기를 단념하는 과정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는 강주헌·김민수·강순이·정미현·김보은이 한국어로 옮겼다.

1권 952쪽·4만8천원. 2권 840쪽·4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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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8/19 13: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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