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걸음

[한겨레]잠깐독서

바람이 불어오는 길
아치 카 지음, 강대훈 옮김
황소걸음·1만5000원

카리브해라고 하니 참 멀다. 어디서 해적이 나올 것 같고, 열대 해변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런데 푸른바다거북이라…. 거북은 우리한테 장수의 상징이지만, 저 푸르른 카리브해 바닷속 거북은 자유가 아닐까.

책은 카리브해의 바다거북 이야기다. 동물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1950년대 바다거북에 대한 연구에 뛰어든 1세대 연구자로, 바다거북의 산란과 귀소본능 등 바다거북 생태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이 책은 그가 수행한 바다거북 탐구의 기록인 셈인데, 단순히 생태보고서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스스로 "이 책은 여행기"라고 했지만, 유려한 문체와 숨막히는 묘사는 한편의 모험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검은 해변' 장은 미국 오헨리 단편상까지 수상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카리브해의 무역풍이 부는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해변을 찾을 것이고, 거기서 바다거북을 만날 것이다. 바다거북을 만나는 장면에선 잠시 숨이 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남획으로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처지에 깊은 고통을 느끼리라.

책은 1956년 미국에서 나온 생태 분야의 숨은 고전으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1962)에 견줘지기도 한다. <침묵의 봄>이 살충제 규제를 촉발했듯이, 이 책은 카리브해 바다거북 보호운동을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안창현 기자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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